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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열전(11) 육군수기사 비호부대

필승의 신념 충만한 진정한 `전투형 부대'

[ 사진설명 ] 중대공격전투사격 훈련 중인 수기사 비호부대 장병들이 K200장갑차에서 신속하게 내리고 있다.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유난히 차갑게 불던 23일 오후 2시 경기 가평군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 거접훈련장. 10 여 대의

K200장갑차가 대대장의 공격개시 명령에 일제히 우렁찬 엔진음을 토해내며 적진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장갑차가 멈춰 서고 뒤쪽 램프가 열리자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장병들이 장갑차에서 쏜살같이 뛰어나왔다.

장병들이 숨어 있는 가상의 적을 제압하기 위해 지형지물을 이용해 은밀히 이동하는 동안 장갑차에 장착된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아군 장갑차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선 강력한 대공화력을 자랑하는 자주대공포 비호가 혹시 모를 적의 공중공격에 대비하고 있었고 공중에선 500MD 공격헬기가 화력지원을 하고 있었다.

장갑차와 보병의 교차기동이 이어진 지 1시간여. 드디어 목표를 점령한 장병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이번 훈련은 막을 내렸다.

이날 훈련은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수기사 비호부대의 중대공격전투사격 훈련 중 핵심인 실사격 훈련.

분ㆍ소대급 전투기술 완성 및 실전적 전투사격능력 배양을 목표로 실시된 이번 훈련은 ▲전시임무를 고려한 상황에 부합하는 전투수행 능력 완성 ▲분ㆍ소대급 소부대 전투지휘능력 숙달 ▲돌발상황 부여를 통한 상황조치 능력 배양 ▲제병협동훈련을 통한 통합전투사격에 대한 이해에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

현장에서 부대원들을 직접 지휘한 중대장 정용석 대위는 “실전 같은 훈련을 하기 위해 대항군과 상하로 움직이는 돌연표적을 운용해 실제 전장상황을 묘사함으로써 똑같은 훈련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전투현장의 본질을 이해하고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전투기술을 숙달했다”며 “이런 훈련을 통해 전 중대원이 필승의 자신감을 배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진설명 ] 부대 안에 세워진 고 강재구 소령상.

살신성인의 대명사 故 강재구 소령

‘살신성인(殺身成仁)’의 대명사 고 강재구 소령이 바로 이 부대 출신이다.

1965년 당시 1연대 3대대 10중대장(비호부대 133대대 2중대)이었던 강재구 대위는 9월 초 모친의 별세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장례를 마친 뒤 3일 만에 부대로 복귀해 훈련에 열중했다.

군인의 본분을 다하는 중대장의 지휘하에 베트남 파병을 위해 전ㆍ후방 각지에서 모여 든 각양각색의 병력들은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갖추게 됐고 용맹스러운 맹호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그러던 10월 4일 수류탄 투척 훈련에서 이등병이 놓친 수류탄이 중대원들이 모여 있는 곳에 떨어져 다수가 피해를 입게 될 절체절명의 순간이 되자 중대장 부임 전 제1군 하사관학교에서 수류탄 교관으로 근무했던 그는 “모두 피하라!”는 말과 함께 몸을 날려 수류탄을 감싸 안았다. 수류탄을 감싸 안은 바로 뒤 굉음과 함께 그의 몸은 산화했지만 중대원 모두는 무사했다.

부하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치며 보통사람이라면 흉내 낼 수 없는 ‘살신성인’을 실천한 것.

그때부터 그가 속했던 133대대는 ‘재구대대’로, 2중대는 ‘재구중대’라는 특별 명칭으로 불리게 됐다. 정부는 베트남전쟁과 관련해 처음으로 그에게 태극 무공훈장을 수여하고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그의 정신은 부대 전체에 깃들어 베트남전쟁에서 화염에 휩싸인 장갑차 속에 있던 부하를 구하고 전사한 손태익 소령(추서계급), 가슴에 관통상을 입고도 불굴의 정신으로 부대를 지휘한 이재태 대위(추서계급) 등 제2의 강재구를 탄생시켰다.

창설에서 기계화부대까지

1946년 1월 15일, ‘더 이상 우리의 주권을 빼앗기는 설움은 없어야 한다’는 조국수호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채병덕 정위(대위) 등 660명이 당시 경기 양주군 태릉에 모여 국군의 모체인 국방경비대 제1연대 1대대 A중대를 창설했다.

이후 47년 12월 1일, 국방경비대는 제1보병여단으로 예속ㆍ변경되고 이듬해 1월 7일부터는 7사단으로 예속ㆍ변경돼 경기 포천 일대를 방어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6ㆍ25전쟁이 발발한 직후인 50년 7월 5일에는 수도사단으로 예속ㆍ변경돼 안강ㆍ기계 전투, 원산 탈환작전, 길주ㆍ청진 진격작전, 지리산 공비토벌작전, 수도고지전투 등 30여 회의 전투에 참가했다.

전쟁의 상흔을 지우고 경제적 도약을 꿈꾸던 시기인 65년 10월 부대는 국군 창설 이래 전투부대로는 최초로 해외에 파병됐다. 이후 73년 3월 20일 고국의 땅을 밟기 전까지 부대는 베트남에서 86회의 크고 작은 전투를 수행, 실전 경험을 축적한 강력한 부대로 거듭나게 됐다.

귀국 직후인 73년 3월 21일 수도사단이 수도기계화보병사단으로 개편됨에 따라 부대도 M48A2C전차ㆍM113APC장갑차 등 미군의 M계열 장비로 무장한 기계화보병여단으로 개편됐다.

이어 2006년 K1A1전차ㆍK200장갑차 등 K계열의 국산 장비로 교체가 완료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 부대장 시성지 대령-`싸워 이긴다' 자신감이 초석‘

“우리 부대는 ‘국군의 모체부대’라는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이 빛나는 부대입니다. 특히 6ㆍ25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선배 전우들이 보여준 ‘임전무퇴’의 자부심을 견지하고 어떠한 임무가 부여되더라도 완벽히 수행할 수 있도록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적이 도발하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필승의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시성지(대령ㆍ사진) 수기사 비호부대장은 “부대의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실질적인 전투준비와 실전적 교육훈련을 하고 있다”며 “이런 교육훈련은 전투의지가 확고하고 총구방향이 명확한 부대가 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 부대장은 “전 부대원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항시 전투현장에 있다는 결연한 의지를 갖고 실질적인 전투방법을 습득해 진정한 ‘전투형 부대’로 거듭나고 있다”고 역설했다. 야성과 전사기질이 충만한 군인 육성을 위해서는 부대원들의 자신감이 필요하고 전투에서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만이 진정한 전투형 부대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게 시 부대장의 설명이다.

시 부대장은 “그러기 위해 개인별 수준을 고려한 체력강화 프로그램과 지속적인 개인화기 사격을 통해 실전적인 전투감각을 배양하고 있고 이의 일환으로 간부 자격인증제를 적극 추진함으로써 모든 부대원의 전투력을 배가시키는 등 자신감을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 부대장은 “부대원 전체가 전투에서 함께 싸워야 할 전우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협력과 단결을 통한 선진 병영문화 정착을 통해 부대의 전투력을 한 단계 격상하는 부대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 출처 : 국방일보 이석종, 2011. 3. 24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