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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열전 (130) 육군21사단 신병교육대대

의식을 바꿔서…‘생각하는 훈련병’으로 / 행동을 바꿔서…‘창끝 전투력 주역’으로

[ 사진설명 ] 각개전투훈련을 받고 있는 육군21사단 신병교육대대 훈련병들.

늦여름 햇볕이 따가웠던 지난달 22일 육군21사단 신병교육대대 각개전투 교장. 응용포복으로 ‘나무 그루터기’를 극복한 한 분대 훈련병들이 ‘담벼락’을 앞에 두고 둥글게 모여들었다.

“아까 배운 대로 두 개 조로 나눠서 한 개 조가 엄호하고….”

조교·교관의 지도나 간섭 없이 훈련병들끼리 앞서 교관에게 배운 대로 담벼락 공략법을 토의하고 역할을 분담하고 있었다. 채 1분이 안 되는 미니 토의가 끝나자 훈련병들은 신속하게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 우렁찬 함성과 함께 담벼락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처럼 기존 신병교육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훈련병들의 자체 토의를 통한 능동적인 훈련 방식은 21사단 신병교육대대가 지난 6월부터 채택한 ‘생각하는 훈련병’ 육성방안 덕분이다.

신병교육은 군대에 첫발을 내딛는 병사들을 대상으로 강하고 성과 있는 교육훈련을 실시, 자대 배치 후 즉각 임무수행이 가능케 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일 만큼 명백한 사실.

하지만 육군 창끝 전투력 발휘의 초석으로 주목받는 신병교육에도 변화의 바람이 절실한 실정이었다. 현재 입대하는 병사들의 지적 수준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됐지만, 신병교육 방식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기존의 주입식·통제일변도·사회 물빼기 식 훈련방식으로는 ‘피동적인 훈련병’만을 양성할 수밖에 없는 것이 가장 큰 취약점. 이에 대대는 연초 육군 교육훈련 혁신에 발맞춰 배요식(대령) 연대장 주관으로 신병교육 발전 대토론회를 거쳐 ‘생각하는 훈련병’ 양성에 착수했다.

대대는 우선 신병교육의 목표를 단순히 민간인을 군인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강인한 체력과 함께 복합적인 사고를 통한 상황조치능력을 겸비하는 ‘생각하는 훈련병 육성’으로 잡았다. 그리고 ‘의식변화’와 ‘행동변화’를 두 축으로 사고 전환과 훈련방식 개혁을 시행했다.

▲ 의식변화분야… 교관·조교들 부터 먼저 바꿔

의식변화의 핵심은 교관과 조교들의 변화에 있다. 훈련병들의 복무의욕을 고취해 능동적으로 훈련하게 하려면 먼저 이들의 변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교육 중 존칭어와 명령어를 사용토록 하고 ‘야! 너!’ 같은 호칭 대신 ‘000번 훈련병’이나 이름을 불러 훈련병 스스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했다. 또 답변을 강요하거나 질책하기보다 설명 후 충분히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도록 했다. 엉뚱한 질문을 해도 면박하지 않고 창의력을 칭찬하는 등 자발적인 의사표현과 행동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교장에서 만난 이형구(21) 훈련병은 “의문점은 바로바로 질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셔서 교육훈련 내용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고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달라진 훈련 분위기를 전했다.

▲ 행동변화분야… 성과위주 교육훈련 실시

과거 통제 일변도의 주입식 교육방법을 개선하기 위해 교육 전 분대단위 토의시간을 주고 투 트랙 교육방식을 도입했다. 훈련병들이 주도하는 가운데 반복과 숙달을 한 후 성과지표에 맞춰 평가, 일정 수준에 도달한 훈련병에게는 개인정비나 자율체력단련, 자습시간 같은 혜택을 부여한다. 반면 저조자에게는 보충교육을 통해 재교육·재측정이 이뤄지도록 하는 ‘효과중심의 성과위주 교육훈련’을 실시하는 것. 이런 교육방식은 상벌점 제도와 함께 훈련병 전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하는 것은 물론 최종적으로 높은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또 우수자가 저조한 동기생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러닝&티칭’을 통해 ‘가르치며 서로가 성장하는(敎學相長)’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아울러 담임교관제 시행을 통해 교육생 입소부터 퇴소까지 책임제 교육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교관은 주로 이론을 가르치고 조교가 실제 교육을 담당했지만, 이제는 교관이 직접 교육하고 조교는 시범만 보이는 것으로 교육방식도 바꿨다. ‘교관의 전투력=훈련병의 전투력’이 되도록 도제식 교육을 하는 것이다.

정종선(대위) 2중대장은 “생각하는 훈련병 육성방안 시행 후 훈련병들이 너도나도 우수자가 되기 위해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하는 것은 물론 훈련 후에도 교관·조교를 찾아와 질문하는 등 능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모든 대대원이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강한 부대 육성’의 기틀을 다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인터뷰] 신병교육대대장 염항수 중령-“적에게 매운맛 보여주는 ‘辛兵’ 육성 혼신”

육군21사단 염항수(중령·3사31기) 신병교육대대장의 머리는 ‘대대장’이라는 직책이 무색하리만치 짧다. 갓 입대한 신병 같다. 대대장 취임 후 신병들보다 긴 자신의 머리를 본 후 ‘신병 같은 마음으로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생각으로 잘랐단다. 물론 신병들이 동질감을 느끼도록 하는 효과도 노렸다. 이처럼 신병과 교감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존중받는 병사로 만들고 싶은 염 중령은 스스로를 ‘행운아’라고 말했다.

“소령 진급 후 일반적으로 참모업무를 수행하는데 나는 육군대학과 3사관학교, 학생중앙군사학교 등에서 4년간 교관직을 수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육군교육사령부 최우수교관에 선발되기도 했고 미국 신병교육 현장을 둘러보며 많은 것을 느끼기도 했지요. 대대장이 되면서 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교육훈련 철학을 구현할 수 있게 됐으니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경험과 철학의 결정체가 바로 ‘생각하는 훈련병 육성방안’이다. 하지만 시행 초기에는 반발도 없지 않았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훈련병을 만들기 위해서는 교관과 조교가 기존의 강압적인 훈련 방식을 버려야 할 뿐만 아니라 교육훈련 준비도 더 많이 해야 하고 언어 사용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계층별·계급별 간담회를 수없이 했습니다. 그때마다 ‘존중받고 싶으면 먼저 부하를 존중하라’는 얘기를 꼭 했죠. 새로운 훈련방식을 적용한 지 석 달이 지났는데 이제 교관·조교들이 새로운 훈련 방식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조건반사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민간인에서 군인으로 새롭게 탄생한 ‘신병(新兵)’이자 적에게 매운맛을 보여주는 ‘신병(辛兵)’,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신병(信兵)’, 올바른 국가관과 역사관, 임전 필승의 정신이 살아 있는 ‘신병(神兵)’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 염 중령의 바람은 생각하는 훈련병 육성방안이 확산되는 것.

“생각하는 훈련병 육성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들이 스스로 생각해 답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줘야 해서 시간이 적잖이 걸리기 때문이죠. 하지만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전투원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꼭 필요한 만큼 우리 대대에 정착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궁극적으로는 전 육군에 확산돼 강한 전사를 양성하는 밑거름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출처 : 국방일보 김가영, 2013. 9. 16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