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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열전 (126) 육군군수사 종합정비창 항공기정비단
세계최고 기술과 품질로 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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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 ] 육군 항공기정비단 부대원들이 AH-1S 코브라 헬기를 창 정비하고 있다. 부대제공
흔히 ‘위기는 기회’라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위기를 반기지 않는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모두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전 군 유일의 헬기 창정비 조직인 육군군수사령부 종합정비창 항공기정비단의 사례는 주목받을 만하다. 부대에 닥친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전환시켰기 때문이다.
항정단은 최근 육군 최초로 창정비 분야 ISO9001 품질경영 시스템 인증을 획득했다. 국제표준화기구의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9001 인증은 고객에게 제공되는 제품·서비스 체계가 규정된 요구사항을 만족하고 지속적으로 유지·관리되고 있음을 인증하는 품질경영시스템에 관한 국제규격이다.
육군의 모든 헬기뿐 아니라 대통령이 이용하는 VH-60, 해군·해병대의 UH-1H·UH-60과 공군의 UH-60·CH-47까지 정비하는 항정단은 인증 획득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지휘관·참모·실무진 교육은 기본. 올 초부터는 태스크포스를 조직, 팀원 11명 전원이 한국품질재단의 내부심사원 자격을 수료하고 시스템 개선을 위해 각 조직을 크로스체크하는 등 자발적 시정활동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인증 심의를 통과할 수 있었다.
나필선(사무관) 검사과장은 “인증 획득과 함께 부대원들의 사기가 올라간 것 외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소개했다. 인증 추진을 통해 성과지표를 재검검할 수 있었고 조직 비전 달성을 위해 부서별로 나눠져 있는 각 프로세스 간 인터페이스의 관리 개선에 대한 조직원들의 관심이 증가한 것이 첫 번째 효과. 예방을 통한 지속적 개선활동도 이뤄지게 됐다. ISO9001이 강조하는 고객 만족에 대한 모니터링과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고객에게 제공되는 제품이나 서비스 실현체계를 고객 요구치에 근접시킬 수 있게 된 것. 마지막으로 조직원 모두가 품질경영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고객에게 최고 가치의 창정비 서비스 제공을 위해 자발적으로 다짐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인증 획득의 근본적인 의의는 추진 동기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953년 제6수송 비행기 정비대대로 출범, 올해로 창설 60주년을 맞는 항정단은 최근 많은 변화에 직면했다. 지난해 군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됐고 20%가량의 인력이 줄어들었다. 처음으로 UH-1H 등 구형 기종이 자연 도태되기 시작하고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AH-64E 아파치 등 새로운 헬기의 전력화가 진행되거나 예정된 상황에서 민영화에 대한 의견도 흘러나왔다. 항정단의 정비 수준을 과감하게 공개하고 기술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음으로써 이런 위기를 정면돌파하기 위한 방법이 ISO9001 획득이었던 셈이다. 결국 인증 획득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부대원들에게 비전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인증 획득은 품질 경영의 첫걸음일 뿐이다. 항정원은 무장·보안·통신 등 군만이 할 수 있는 정비 분야가 존재하는 만큼 무조건적인 민영화보다 민·군 파트너십 구축을 통한 항공 정비가 우리 항공산업에 이롭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품질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수리온과 아파치 정비 인력 양성을 위해 외부 교육을 실시하고 해외 14개 과정에 30여 명을 교육시킬 채비를 마치는 등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는 것도 이런 노력 중 하나. 역할 확대를 위해 무인항공기(UAV), 해군 링스(Lynx) 헬기 창정비의 길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또 감소한 인력으로 기존 업무량을 소화하기 위해 업무를 단순화하고 효율 중심으로 재편했다. 큰 공정률만 제시했던 예전과 달리 기종별 표준공정의 하루 목표량을 지정한 것이 대표적인 경우. 그 덕분에 AH-1S 코브라 정비에 걸리던 시간이 2011년 160일에서 지난해 139.7일로, UH-60은 194일에서 183일로 단축됐다.
이제용(부이사관) 기관공장장은 “항정단은 완벽에 가까운 선진 경영 시스템의 정착을 위해 제반 업무를 표준화하고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개선 노력을 끊임없이 지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사진설명 ] 육군 항공기정비단 부대원들이 AH-1S 코브라 헬기를 창 정비하고 있다. 부대제공
[인터뷰] 조덕호 항공기정비단장 - “국제표준 품질시스템 정착 전투력 증강에 매진할 것” “ISO9001 인증 획득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를 계기로 부대 위상을 높이고 국제표준에 맞는 품질시스템을 정착시켜 지속적인 군 전투력 증강에 매진할 겁니다.”
조덕호(대령·3사 22기) 항공기정비단장은 이번이 세 번째 항정단 근무다. 1994년과 2000년 실무자로 근무한 데 이어 지난해 단장으로 부임했다. 누구보다 부대를 잘 알고 애정도 깊을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런 조 단장이 지난해 4월부터 ISO9001 인증 획득 준비를 시작한 것은 부대에 닥친 위기를 정면돌파하기 위해서였다.
“항공기정비단은 엄청난 창정비 이력과 기술력을 갖고 있지요.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얘기해도 외부에선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부대가 군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되고 민영화, 아웃소싱 얘기가 흘러나왔지요. 부대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부대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인증 획득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부 공감대를 형성하고 경영품질 매뉴얼에 맞춰 예규를 변경하는 등 인증 획득을 준비하기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가장 큰 어려움은 ‘두려움’이었다.
“솔직히 두려웠습니다. 우리는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시작했는데 민간기관이 터무니없는 기준을 들이대 혹시 인증을 못 받으면 어쩌나 싶어 속이 까맣게 타들어갔습니다.”
인증 과정도 까다로워 거의 감찰수준의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마침내 인증을 획득했다.
“인증 획득의 효과는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닥쳐와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효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ISO9001은 해당 조직의 발전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큰 비중을 두기 때문이죠. 이를 바탕으로 5%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 항정단이 대한민국 어떤 정비부대, 외부 어떤 업체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최고의 부대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 출처 : 국방일보 김가영, 2013. 7. 23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